한국전쟁 하루 전, 작은 연못을 생각하다 평이한 문화생활


 6월 23일, 작은 연못이 재개봉했다. 한국전쟁 발발 즈음에 맞춰서 재개봉하기로 했다고 한다. 관객들이 재개봉하기를 끊임없이 요청했다고 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그다지 상영관을 많이 확보하지는 못했다.


 작은 연못은 ‘노근리 학살’을 고발한 영화다. 그러나 영화는 노근리 학살이 어떤 정치적 배경을 가지고 일어났는지, 그 때 전황의 상황이 어땠는지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7월의 찬란한 햇살, 농사짓는 사람들의 다정함, 보퉁이를 든 사람들의 조잘거림, 피난민들의 삶을 보여준다. 화면은 오히려 서정적이기까지 하다.


 영화는 2차원적 매체다. 사람들은 영화 속에 있는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인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수많은 전쟁 영화들을 오락으로 소비할 수 있다. 전황의 상황과 전투하는 사람들의 치열한 총질, 영웅의 탄생. 극장에 편안히 앉아서 팝콘을 씹거나 콜라를 들이키면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가짜 피를 지켜볼 수 있다. 2차원적 스토리텔링이 다 그렇듯이.


 하지만 이 영화는 그 2차원을 우리가 오락으로 즐길 수 있는지, 그 자체부터 의심하게 만든다. 시선의 담담함은 더욱 그렇다. 영화가 담담할지언정, 관객의 눈물은 담담할 수 없다. 노근리의 주민들은 여름날처럼 환하다. 아무 것도 의심하지 않는다. 총을 쏘는 미군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빨갱이가 쏘겠지, 대체 미군이 왜 쏘냐며 죽어간다. 아이가 울기 때문에 미군이 총을 쏘는 거라면서, 아버지는 아이를 질식사시킨다.


 영화 속에서 우리는 단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전쟁은 옳지 않다고.


 영화는 86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영화는 86분 동안 진행되고, 그 정도의 스토리라인을 전개하고, 끝난다. 영화는 끝났지만, 그 사람들은 죽었다. 전쟁은 계속되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학살이 끝난지 60년이 지났지만, 이 영화 속에서 말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눈물도 분노도 끝낼 수가 없다.


 영화가 그 말을 했다면, 우리는 이제 무슨 생각을 해야 할까.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벌써 60주년이 지났다. 많은 사람들이 아팠고, 그 이후에도 계속 아파해야만 했다. 그러고보니 맑시즘 2010에서는, 분단과 한국전쟁을 주제한 포럼이 열린다. 이 분노에 대해 입을 열어야 할 건 이제 온전히 우리의 몫일 것이다. 함께 이 전쟁의 세계에 대해 목소리를 모을 수 있다면 좋겠다. 저 담담한 비명에 대해 함께 기억하자고.


 +) 덧. 재개봉 된 작은 연못은 부산 국도&가람 미술관, 서울 씨네코드 선재, CGV 강변, 서울극장 하모니관, 광주극장, 대구 동성아트홀, 인천 영화공간 주안, 중앙시네마 안동에서 상영된다.



덧글

  • deepthroat 2010/06/24 23:10 # 답글

    아~아~ 잊으랴~ 어찌우리 그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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