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더 하우스 : 낙태법, 누구를 위한 규칙인가 독서의 계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법과 규칙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 규칙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 것일까. 작가 존 어빙은 규칙과 선택에 대해 일반적인 규칙에서 벗어난 다른 시선을 제공한다.

 대공황기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낙태가 금지된 시대를 이야기한다. 이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고 있는 하나의 진리는, '여성이 원한다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출산이든 낙태든. 평생을 무료로 낙태 시술을 하며 살아온 닥터 라치도, 태아의 생명을 이야기하는 호머도, 그 한 가지 명제에는 동의한다. 닥터 라치는 시술을 하면서, 남성을 그 시술대 뒤에 세워놓는다. 이게 어떤 일인지 알아야 한다고. 어떤 자격으로 그 사람을 비난할 수 있지?

 필요할 지언정, 자기 손으로는 낙태 수술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한 호머는 의사 자격증을 따는 대신 사과과수원(Cider House)에서 관리인으로 일한다. 그는 관리 규칙을 적용시키다가, 일꾼인 로즈에게 규칙에 대한 충고를 듣는다.

 "우리에겐 우리만의 규칙이 있어. 너희들의 규칙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지. 단지 지배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서 생긴 것 뿐이지."


 삶에는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 있다. 세상이 바뀌지 않았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어떤 것이 '옳지 않다'고 이야기하기 위해선 '옳은 것'이라는 명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낙태가 금지된 세계를 존 어빙은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낙태를 하기 위해 약한 독극물을 너무 먹어서 몸이 '문스터 치즈'처럼 물렁물렁해져서 죽어가는 여성, 낙태시술을 하기 위해 다른 마을에서 매춘을 하는 여성, 가난한데도 돈이 없어서 아이를 낳아야고 비참해져야만 하는 여성들. 이 여성들을 방치하는 건 과연 '옳은' 일일 것인가.

 루즈벨트에게 편지를 몇백 통씩 써도 답장이 오지 않자, 닥터 라치는 절규한다.

 "임신사고를 일으킨 사람들을 비난하는 게 민주사회야? 우리가 뭐야, 원숭이들이야? 사람들에게 자기 자식을 책임지라고 하려면 먼저 자식을 낳을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권을 줘야지, 당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게 뭐야? 당신들은 미치기만 한 게 아냐! 당신들은 사람 잡아먹는 괴물들이야!"

 얼마 전 정부는 직접 낙태시술을 하는 병원을 고발하겠다고 했다.
 닥터 라치의 시대에서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사람 잡아먹는 괴물들이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같이 갑시다.




 +) 더 길게 쓰고 싶은데, 시간이 없으므로 감동받은 문장 닥치는대로 발췌문 첨부


 "라치가 의대에서 해부실습을 했던 시체들 중 두 구는 당시 가정에서 낙태약으로 흔히 쓰이던 테레빈유의 희생자들이었다. 1880녀내와 1890년대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자들은 스트리크닌과 루타 기름을 사용하다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임즈 부인이 사용한 '프랑스 월경약'은 쑥국화 기름으로서 너무도 장기간 많은 양을 복용하여 그녀의 장이 비타민 C를 흡수하는 기능을 잃게 된 것이었다. 그 결과 그녀는 문스터 치즈가 되고 말았다."

 "닥터 라치는 교만이 죄라면 가장 큰 죄는 도덕적 교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평생을 아무런 미련 없이 금욕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어찌 다른 사람들의 섹스까지 비난할 수 있겠는가?"

 "라치는 그 이름들을 웅얼거렸다. 자궁 내 단두술, 태아 분쇄술. 그는 포틀랜드에 도착했을 즈음 그 문제에 대한 마음의 정리가 되어 있었다. 그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아이들을 이 세상에 내보냈다. 그의 동료들은 이것을 '주님의 일'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는 낙태 시술자로서 어머니들을 구제했다. 그의 동료들은 이것을 '악마의 일'이라고 불렀지만 그에겐 이것 역시 주님의 일이었다."

 "나는 이 일이 '옳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알겠니? 임산부 자신의 선택이라는 거지. 임산부에겐 선택을 할 권리가 있다, 알겠니?"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바로 그 사람들이 막상 출산이 완료된 후에는 자신 말고는 아무도 보호할 생각이 없는 듯합니다! 태어나지 않은 영혼에 대한 사랑을 공언하는 사람들, 그들은 가난한 이들을 돕는 일에는 기여할 생각이 없습니다. 버려진 아이들, 학대받는 아이들을 돕는 데는 인색합니다! 그들은 태아에 대해서는 그토록 신경을 쓰면서 버려지거나 학대받는 아이들에게 그토록 무관심한 것에 대해 어떤 식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까요? 그들은 임신사고의 희생자들을 비난하고 가난한 이들을 비난합니다. 가난을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는 듯이 말입니다. 가난한 이들이 스스로를 돕는 방법 한 가지는 가족의 수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 선택의 자유가 명백히 민주적이며, 명백히 미국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신사고를 일으킨 사람들을 비난하는 게 민주사회야? 우리가 뭐야, 원숭이들이야? 사람들에게 자기 자식을 책임지라고 하려면 먼저 자식을 낳을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권을 줘야지, 당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게 뭐야? 당신들은 미치기만 한 게 아냐! 당신들은 사람 잡아먹는 괴물들이야!"

 "저는 각하와 영부인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두 분께선 교회 예배에 참석하고 있었지요. 감독파 교회였을 것입니다. 그 교회에서는 낙태에 관해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각하께서 꼭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 부유층은 대개 아기를 원하며 부유층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기의 17퍼센트만이 원치 않는 임신에 의한 것입니다. 그런데 가난한 이들의 경우는 어떨까요? 가난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기의 42퍼센트가 원치 않는 임신에 의한 것입니다. 대통령 각하, 그것은 절반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 태어나지도 않은 생명들을 옹호하는 이들은 살아있는 생명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루스벨트 각하, 그 누구보다도 각하는 태어나지 않은 생명은 태어난 생명만큼 비참하지도, 우리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아셔야만 합니다! 부디 태어난 생명들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맞아. 난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는 본인이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자식을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의 문제보다 더 개인적인 문제가 있을까?"

 "그는 캐롤라인이 낙태를 불법화하는 사회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허용하는 사회라고 주장하는 걸 숱하게 들었다. 낙태의 불법화는 여성에 대한 종교를 내세운 독선적인 형태의 폭력이며 그러한 폭력의 합법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었다. 낙태는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하며, 그러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다는 주장을 라치는 지겹도록 들었다."

 ""뭘 성토해야 할까요?" 에드너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목록을 만들어봅시다." 라치가 말했다.
 "낙태금지법." 앤젤라가 말했다.
 "그게 일순위지!" 라치가 동의했다.
 "오, 이런!" 에드너가 말했다.
 "공화당원들, 그리고 운영이사회." 윌버 라치가 말했다.
 "맙소사." 에드너가 말했다.
 "자본주의요." 캐롤라인이 말했다."

 "만일 낙태가 합법이라면 넌 거절할 수 있다. 사실 네가 갖고 있는 믿음을 감안한다면 마땅히 거부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이 불법인 한 네가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느냐? 수많은 여자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갖지 못하는데 네가 어찌 스스로에게 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겠느냐? 그 여자들에겐 선택권이 없다. 그것이 옳지 않은 일임을 네가 알고 있다는 걸 나도 안다. 하지만 어찌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는 네가, 자유롭게 다른 도움을 얻을 수 없는 사람들을 돕지 않겠다고 쉽게 결정할 수 있겠느냐? 너는 그들을 돕는 방법을 알기 때문에 그들을 도와야만 한다. 네가 거절하면 누가 그들을 도울지 생각해 봐라."

 "조심스럽고 겁 많은 전형적인 의사들 중 하나, 법을 준수하는 아무 쓸모없는 소시민 중 하나겠지요!"


덧글

  • 2010/03/05 14:5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앤윈 2010/03/06 04:25 #

     앗! 역시 맞으시군요! 흐허허 반가워요 :)
  • 사유 2010/03/09 14:13 # 삭제 답글

    좋은 책이네요! 발췌 문장들에 ㅜ_ㅜ저도 감동 !!
  • 앤윈 2010/03/10 00:50 #

     ㅠ_ㅠ!!!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