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자본주의 까는 스페이스 환타지 호러 영화 ─ Little shop of horrors[흡혈식물대소동] 평이한 문화생활


 전에 대중문화의 변증법적 특성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대중문화는 가장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팔리기 때문에, 가장 비자본주의적인 내용을 이야기 한다고. 속물적이지 않고, 어떤 고전적 테제에서 인간의 순수성에 대해 얘기하는 작품들이야말로 가장 대중적인 작품들이 된다고, 얘기했었다. 그것과 같은 맥락에서 얘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작품의 경우는 단순하게 그렇게만은 말할 수 없다. 많은 경우 대중문화들은 그 고리를 숨기려고 하지만, Little shop of horrors는 그 고리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환타지라는 대체물의 입을 빌어서 말이다.

 B급 영화 전문감독 로저 코먼은 1960년대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 완전 개저예산이었는데, 대히트쳤다고 한다. 로또급이었던 듯. 뮤지컬로도 다시 만들어졌다고 할 정도면. 벋, 내가 본 건 1986년에 프랭크 오즈가 만든 작품이다. 영화 -> 뮤지컬 -> 영화 순으로 리메이크 된 모양이다. 그러나 내가 본 건 1986년작 뿐이다. 이 영화 재밌다고 지인에게 소개해줬더니 1960년대 판을 구한 모양이다. 1986년도 판을 보고 싶어하는 거 같은데, 가능하면 1960년대 판도 좀 공유해 달라고 하고 싶은 마음…….

 영화는 신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신나는 뮤지컬 음악들이 쏟아져나온다. 바로 그 점이 이 영화가 가장 서글픈 점이기도 하다.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이 영화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장면을 한 번 보자.

 

[가사]
의역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건 분명히 오역이라는 확신이 드시는 분들은
아마 오역도 있을테니 리플로 달아주시면 감사히 고치겠삼 ㅠ_ㅠ

Alarm goes off at seven 
알람은 일곱시에 울리고
And you start uptown.
너는 업타운으로 가지
You put in your eight hours
넌 네 여덟시간을 쑤셔넣어
For the powers that have always been.
언제나 권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을 위해 일하지
Till it's five P.M.
다섯 시가 될 때까지

Then You go
그제서야 넌 돌아가

Downtown
다운타운 
Where the folks are broke.
사람들이 망가지는 곳
Downtown 
다운타운
Where your life's a joke.
네 삶이 농담이 되는 곳
Downtown 
다운타운
When you buy your token,
너는 토큰을 사고
you go
돌아가지
Home to skid row. 
빈민가, 네 집으로

Yes, you go
그래, 넌 돌아가

Downtown
다운타운
Where the cabs don't stop
택시가 서지 않는 곳
Downtown
다운타운
Where the food is slop
밥이 진창이 되는 곳
Downtown
다운타운
Where the hop-heads flop
마약한 사람들이 쓰러지는 곳
in the snow
차가운 눈 속에
Down on Skid Row
빈민가에서는

Uptown you cater to a million jerks.
업타운에 넌 수많은 쇠고기를 갖다 나르지
Uptown you're messengers and mailroom clerks
업타운에서 넌 우체부에다가 우체국 서기야
eating all your lunches at the hot dog carts.
핫도그 포장마차에서 넌 항상 점심을 먹지
The bosses take your money 
사장들은 네 돈을 가져가고
And they break your hearts.
네 마음을 부숴뜨려

Uptown you cater to a million whores.
업타운에서 넌 수많은 매춘부들의 비위를 맞추지
You disinfect terrazzo on their bathroom floors.
너는 그들의 욕실바닥 대리석을 소독해
The jobs are really menial you make no bread. 
일은 정말로 비참하지만 넌 빵도 얻을 수 없어
And then at five-o'clock you head 
그리고 5시가 되면 너는 돌아가지
By subway
지하철을 타고

Downtown
다운타운
Where the guys are drips. 
내버려진 사내들이 있는 곳
Downtown
다운타운
Where they rip your slips. 
그들이 당신의 슬립을 잡아찢는 곳
Downtown
다운타운
Where relationships are no go. 
당신의 다정한 마음은 갈 곳이 없는 곳
Down on Skid Row
빈민가에서는

Poor, all my life I've always been poor. 
가난했지, 평생에 걸쳐 난 언제나 가난했어
I keep askin' God what I'm for. 
난 하나님한테 난 왜 태어났는질 계속 물어봤어
And he tells me, "Gee, I'm not sure." 
그리고 그가 말하더군. "이런, 나도 모르겠다."
"Sweep that floor, kid!" 
"그 바닥이나 청소하렴, 아가!"

Oh! I started life as an orphan,
나는 고아로 태어났지 
A child of the street, here on Skid Row! 
거리의 아이로, 여기 빈민가에서!
He took me in gave me shelter 
그는 날 데리고 가서, 집을 줬어
A bed, crust of bread and a job.
침대랑, 빵 부스러기에 직업까지. 
Treats me like dirt and calls me a slob, 
그는 날 쓰레기 취급하고 나한테 굼벵이라고 부르지만
Which I am... 
그래도 나는...
So I live 
나는 이곳에 사니까

Downtown
다운타운
That's your home address, you live 
그게 바로 네 집주소, 넌 이곳에 살아
Downtown
다운타운
When your life's a mess, you live 
네 삶이 엉망진창이라면 넌 여기 살겠지
Downtown
다운타운
Where depression's just status quo. 
영원히 가라앉아 있는 곳
Down on Skid Row
빈민가에서는

Someone show me a way to get outta here. 
누군가 나한테 여기서 나가는 법을 알려줘
'Cause I constantly pray I'll get outta here. 
난 끊임없이 기도해 여기서 나가게 해달라고
Please won't somebody say I'll get outta here. 
제발 누구라도 나한테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해 줘
Someone gimmie my shot, or I'll rot here! 
누군가 나한테 보여주지 않으면, 난 여기서 썩어버릴 거야!

Downtown 
다운타운
There's no rules for us
우리를 위한 법은 없는 곳

Show me how and I will, I'll get outta here. 
누군가 나한테 알려주기만 하면, 난 여길 빠져나갈 거야


Downtown 
다운타운
'Cause it's dangerous
왜냐면 이곳은 위험하니까

I'll start climbin' up hill and get outta here. 
난 꼭대기까지 올라갈 거야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Downtown
다운타운
Where there rainbow just doesn't show
무지개가 보이지 않는 곳

Someone tell me I still could get outta here. 
누군가 말해줘 내가 아직도 여길 빠져나갈 수 있다고
Someone tell lady luck that I'm stuck here! 
누군가 행운의 여신에게 말해줘 내가 아직 여기 있다고!

When you get...
그리고 넌 
Downtown
다운타운
 
Gee it sure would be swell to get outta here. 
틀림없이 이곳에서 빠져나가게 할 파도가 칠거야
Bid the gutter farewell and get outta here. 
빈민굴에 안녕을 고하고 이곳에서 빠져나갈거야
I'd move heaven and hell to get outta Skid. 
난 죽기라도 하겠어 이 지옥같은 빈민굴을 나갈 수 있다면
I'd do I don't know what to get outta Skid. 
내가 전혀 모르는 뭐라도 할 거야 이 빈민굴을 나갈 수만 있다면
But a hell of a lot to get outta Skid. 
하지만 지옥도 꽉차겠지 이 빈민굴을 나갈 수 있다면
People tell me there's not a way outta Skid. 
사람들은 말하지, 이 빈민굴을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고
But believe me I gotta get outta Skid Row!
하지만 날 믿어, 난 이 빈민가를 빠져나가고 말겠어!

 신나기 그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영화에 나오는 노래들은 하나같이 흥겹다. 그건 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삶은 '아무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독한 침묵, 그 이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흥겨운 노래를 보면서 사람들은 울지 않을 수 없다. 주인공인 시모어의 삶은 도저히 나아질 가망이 보이지 않는다. 고아로 태어나서 다운타운에서 진창처럼 썩어가는 거 밖에 방법이 없어보인다. 시모어가 사랑하는 오드리 역시도 마찬가지다. 오드리는 새디스트 치과의사에게 매일 얻어맞으면서도, 비참한 삶에서 자신을 정서적으로 구원해 줄 거라고 의지할 대상이라곤 오직 남자들 뿐이다. 상대 남자가 뭘 요구하든, 혀짧은 목소리로 그녀는 "sure"라고 대답하고 만다.

 이들에게 삶을 구원해 줄 단 하나의 희망, 놀랍게도 전혀 희망이 될 수 없는 희망이 등장한다. 이 점이, 이 영화가 가지는 가장 독특한 구조다. 이 어처구니 없는 세상을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이미지로 풀어나간다. 외계에서 온 흡혈식물 오드리 2가 등장하는 것이다. 인간들의 피를 빨아먹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는 오드리 2는 마치, 이 세계와 너무도 흡사하다. 피를 빨면 오드리 2는 스스로 계속해서 몸을 불려나간다. 몸이 불어나면 더 많은 피가 필요하다. 이것은 자본주의 체제의 숙명이다. 징그러운(영화 초반에는 귀엽다… 허흑 커지지 마…) 식물 한 마리가 체제 자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개개인의 삶을 희생시키지 않고는 살아나갈 수 없는, 자본주의 세계를.

 희생자였던 시모어는 누군가를 희생시킴으로써 이제 가해자의 위치로 올라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조금 더 행복해질 전제조건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이 수레바퀴를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이 수레바퀴를 멈췄다가는 끔찍한 옛날의 생활로 돌아가야 할 것이고, 이것을 내버려뒀다가는 끊임없는 희생을 제공해야만 한다. 세상에 악한 자들이 많다는 생각으로 시모어는 마음을 다잡으려고 하지만, 어디 그 악한 자들이 단순히 '태어날 때부터 악한 자' 였겠는가. 시모어는 그것도 너무나 잘 안다. 그러나 오드리 2는 이제 폭주를 멈출 수가 없다. 인간을 집어삼키는 오드리 2의 모습은 섬뜩하다. 그러면서도 우습다. 그러나 이 섬뜩함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인지하지 못한 채 겪고 있는 섬뜩함이라는 사실을 알아채는 순간, 이 우스꽝스러운 오드리 2는 진정한 공포가 된다.

 시모어가 목표하는 단 한 가지, 아름다운 오드리는(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난 교정기 껴서 혀짧은 이 오드리가 너무 귀엽고 예쁘더라)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가장 슬픈 장면은 여기였다고 생각한다.


 혀짧은 척 해도 잘하는 노래실력을 감출 수 없음에 애도(어?)

I know Seymour's the greatest
시모어가 최고라는 건 나도 알지만
But I'm dating a semi-sadist.
난 새디스트랑 데이트하고 있구
So I've got a black eye
그니까 난 늘 눈엔 멍들어 있고,
And my arm's in a cast.
팔에는 깁스나 하고 있고.

Still, that Seymour's a cutie.
그래도 시모어는 귀엽지.
Well, if not, he's got inner beauty.
뭐, 아닐지도 모르지만, 마음이 예쁘잖아.
And I dream of a place
그리고 난 꿈꿔, 그 곳을. 
Where we could be together at last-
우리가 언젠가 마지막엔 함께 갈 그 곳.

A matchbox of our own
성냥갑같은 우리집,
A fence of real chain link
진짜 체인으로 된 울타리가 있고,
A grill out on the patio
테라스엔 그릴도 있어,
Disposal in the sink
음식물 처리기계가 싱크대에 있고,
A washer and a dryer and
세탁기랑 드라이어랑 그리고
an ironing machine
다리미까지
In a tract house that we share
우리가 같이 살 주택단지,
Somewhere that's green
어딘가 푸른 곳에 있겠지

He rakes and trims the grass
그는 잔디를 갈퀴질하고 다듬어
He loves to mow and weed
그는 풀이랑 잔디를 좋아하거든.
I cook like Betty Crocker 
나는 베티 크로커*처럼 요리하고
And I look like Donna Reed
난 도나 리드*처럼 보일 거야.
There's plastic on the furniture 
가구들 위에 플라스틱 집기들도
To keep it neat and clean
깨끗하고 뽀송뽀송하게 정리되어있지.
In the Pine-Sol scented air,
집안에서는 소나무 탈취제 냄새가 날 거야,
Somewhere that's green
어딘가 푸르른 그 곳에서는.

Between our frozen dinner 
우리들 사이엔 냉동식품 저녁이 놓이고,
And our bed-time: nine-fifteen
우리들이 잠드는 시간은 9시 50분.
We snuggle watching Lucy 
우리는 꼭 끌어안고 루시*를 봐.
On our big, enormous
우리의 저 거대한,
Twelve-inch screen
12인치 스크린 TV로!

I'm his December Bride
난 12월의 신부야.
He's father, he knows best
그는 아빠니까, 뭘 해야 되는지 알아.
Our kids watch Howdy Doody 
우리 아이들은 하우디두디*를 보지.
As the sun sets in the west
해가 서쪽으로 질때쯤이면-
A picture out of Better Homes and Gardens Magazine
베터 홈즈 앤 가든스* 잡지에서 튀어나온 거 같은 그림 ㅡ
Far from Skid Row
빈민가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
I dream we'll go
난 우리가 갈 그곳을 꿈 꿔
somewhere that's... green
저기 어디, 푸르른 곳에 있을...

* 베티 크로커 : 미국의 유명한 요리책 시리즈 이름.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은 없는데, 가정요리의 상징? 뭐 그런 느낌인 듯.
* 도나 리드 : 홈드레스 입고 가족들을 위해 요리하는 이상적 엄마 역할을 많이 맡은 배우.
* 루시 : 60년대 미국 드라마.
* 하우디두디 : 60년대에 유행한 꼭두각시 인형이 등장하는 어린이 프로그램.
* 베터 홈즈 앤 가든스 : 영상에서 오드리가 만지고 있는 서민용 인테리어 잡지.

 가장 비참한 삶에서 우리가 꿈꿀 수 있는 건, 가장 평범한 삶이라는 진실. 저 행복해 보이는 오드리를 보면서 나는 정말 펑펑 울었드랬다. 오드리는 호위호식하는 생활을 원한 건 결코 아니었다. 단지 행복할 수 있는 생활, 그거면 족했다. 그럼에도 결국 시모어는 완전히 파멸할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오드리도 잃어버리고 오드리 2로 인해 모든 인생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 그것은 결코 시모어의 '탐욕' 때문이 아니다. 오드리 2의 탐욕 때문이고, 오드리 2는 탐욕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자본'이기 때문이다. '피를 먹고 자라는 괴물'이라는 비유를 이렇게까지 직유할 수 있을 줄이야. 놀라운 상상력이다.

 신나는 뮤지컬 넘버는 굳이 영화가 아니라도 즐겁게 들어줄만하다.
 자본주의를 환상성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명쾌한 비유로 풀어낸 점에서도 명작이지만,
 60년대 미국 민중들의 삶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드러낸 점에서도 정말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예산-_-이라는 점에서는 더더욱. 비유적인 건 오드리 2와 전반적인 상황만이 아니다. 노래 한 곡 한 곡마다 세계의 매커니즘을 비유하는 가사들이 절절하다.

 역시 60년대 판도 공유해 달라고 해야겠다…….






+)


이 아이가 Audrey 2.
…아까 귀엽다고 한 말에 의심을 가지실 분이 몇 있을 수도 있지만,


초반엔 이렇다. 진짜 귀엽다구 ㅠ_ㅠ
(시모어 피 받아먹는 중 핡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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