넵 혁명 궈궈[VIVA LA REVOLUTION] 독서의 계절



 어떤 이야기를 하던간에 굉장히 근본적인 이야기까지 들어가게 되면 "아 슈벌 우린 안 될 거야"가 나오게 마련이다. 대체 여기에서 더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조금씩 가져오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과연 세상이 변하긴 할 것인가에 의문을 품게 된다.

 사회를 통째로 갈아엎지 않는 이상 안 될 거라는 판단이 서게 되면, 대체로 나랑 토론을 하던 사람들은 '그러게, 왜 이렇게 좆같지'로 이야기를 선회한 후 끝나곤 한다. 사회구조를 재편성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매커니즘이 문제라는 얘기가 나오고 나면─ '어떻게 그러지?'로 생각들이 나아가지 않는 셈이다.

 그리고 그 어떻게 그러지에 '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 망설이며' 모종의 혁명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순간, 보통의 반응은 다음으로 갈린다.

 하나. 웃는다.
 매우 어이없어하며 피식 웃는 경우도 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그쵸 혁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아 놔 저 농담하는 거 아니라구요!
 라고 하기 시작하면 '아니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이나 '그런 무서운 생각을 할 수도 있나' 라는 식의 얘기가 나오게 마련이다. 좀 더 진척해보면, 그건 무섭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혁명이라는 건 끔찍한 살상을 기반으로 한, 그리고 전혀 진보적일 수 없는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근데 혁명 그렇게 좆같지 않다"고 강하게 외치고 있다. 그리고 그 외침의 방식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반적 '혁명'과는 굉장히 거리가 있다. 무섭고 엄격하고 목을 내리치고 피가 흩뿌려지지 않는다. 저자는 웃긴다. 그러면서도 혁명에 대해 깎아내리는 수많은 어휘들에 대해서 계속해서 빈정거린다. 혁명은 강렬하면서도 유쾌한 거니까. 혁명보다는 백만배 더 좆같은 삶을 살아나가야 하는, 또 그걸 이겨낼 수 있는 그 사람들의 힘이 바로 '유쾌함'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말하기다. (구론데 구로나 영국 개그 코드가 우리나라 코드랑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읽으시압)


 프랑스 혁명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자유/평등/박애'라는 그 혁명의 기치와 사람들의 열망에 대해서 얘기하기보다는 로베스 피에르의 공포정치만 얼마나 확장시켜서 이야기 하는지를 낱낱이 까발린다. 프랑스 혁명을 주도했던 사람들─로베스 피에르, 당통, 마라─의 초상화 밑에 반드시 붙는 '못생긴'이란 수사어야말로 빈정거리는 개그가 찬란하게 빛나는 곳. (로베스 피에르는 초록색 피가 흘렀다고 한다. 우왕! 잘은 모르겠지만 외계에서 파견된 듯! 지구를 혼란시켜라!)


 지구를 파괴하기 위해 파견된 외계인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그들 뿐만 아니라 혁명에 참여한 '살아숨쉬는 인간'들의 이야기는 지금과 딱히 다를 게 없다. 지배층이 때리면 빡치는 거나, 빡쳐서 덤비기 시작하면 어떻게 하는지나, 무엇을 원하는지나, 어떤 사랑을 안고 살아가는지나. 모든 혁명 속에서 어떻게 사람들의 열망이 민주적이고 자유롭게 펼쳐지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들의 열망을 읽어낼 수 있다. 더불어서 그걸 지켜나가기 위해서 그 사람들이 어떻게 싸워왔는지에 대해서도.


 전에 레디앙에서 노자횽이랑 보살님의 논쟁이 있었는데, 한 번 더 읽어볼만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난 혁명을 꿈꾸는 내가 어처구니 없지 않다. 두렵지도 않다. 개그가 이 좆같은 삶과 싸워나가는 힘인 거랑 마찬가지로, 싸워나가려면 끝까지 싸워나가야 할 거니까. 우리의 토론이 끝에서 결국 '매커니즘의 문제'와 만난다고 한다면.





 +) 덧.
 어떤 운동, 어떤 캠페인에든, 단호하고 유머를 모르는 로베스피에르형 인물도 있고, 피켓을 들고오기로 했으면서 두 시간씩이나 늦게 빈 위스키병 들고 비틀비틀 나타나는 당통형 인물들도 있는 법이다.

 - 273페이지에서 발췌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허흑…

덧글

  • 당고 2009/08/26 21:36 # 답글

    혁명이 혼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지금보다 더 혼란일까 싶기도.
    앤윈 님이 당통형이라고 하시니까 갑자기 저 스스로가 로베스피에르 같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캠페인에는 갑자기 급진지해져서;;
    어쨌든 저 책 땡기네요 흐흐-
  • 앤윈 2009/08/27 23:40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고님도 한 번 읽어보세요. 아무튼, 부러운 일이군요. 사람은 규율있게 살아야 되는 듯요... 막 프메 5 하다가 밤새고 이런 삶은 얼른 때려치워야 할텐데 허흑...
  • 일단 서 2009/08/27 10:30 # 삭제 답글

    혁명하면 역시 피를 흘린다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죠. 혁명이 일어난다고 하면 역시 그 무엇과의 대립이 분명히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에서 저자는 혁명은 작은 행동으로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 해보이기도 하네요. 책을 정확히 읽어봐야 작가의 생각을 알 수 있겠지만요.
  • 앤윈 2009/08/27 23:39 #

     아뇨, 그렇게 말하진 않아요. 혁명에 수반된 폭력에 대해서 외면하고 있진 않아요. 작은 행동(?)이라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하나가 되는 그 에너지, 희망에 대한 가슴뭉클함? 뭐 그런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 미스트 2009/08/31 19:27 # 답글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라는 명언도 있는데요, 뭐...

    굳이 혁명이 아니라도 인간은 수많은 이유로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데,
    혁명을 함에 있어 죽는 인간들이 또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결국엔 서로의 입장 차이에 의해 벌어지는 살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 앤윈 2009/09/01 18:45 # 답글

     사람이 죽는 건 안타까운 일이죠. 그게 안타깝지 않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나 굳이 혁명이 아니라도, 그냥 체제 자체에 의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확실히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굶어죽고, 돈이 없어서 죽고, 떠밀려 죽고, 소외에 의해 죽고, 죽고, 죽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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