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이 영화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표정"들은 많이 만났다.
영화 보기 전에는 '화합이 중요하다' 어쩌고 하는 평들을 많이 봐서, 전하는 메시지는 좀 맘에 안 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우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 전에 평 쓴 바흐찐의 "우리들"의 폭신폭신한 버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넵, 여러분, 말 좀 하고 삽시다.
고등학교 때 양갈래로 머리 땋으라는 말에 닥치고 우리 반 애들은 열심히 땋고 다녔다. 난 다행히 커트였지만. 우리는 정말 열심히 땋고, 열심히 닥쳤다. 우리가 기껏한 소심한 저항은 우리 아래 학년 애들한테 머리 땋지 말라고 한 거. 닥치지 않은 사카가미는 굉장하다. 닥치지 않는 사카가미랑 같이 걸어간 아가들도 훌륭하다. 되게 사소해보이는 성장 이야긴데, 역시 모든 이야기는 성장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아빠건 엄마건 누나건 마을이건간에. 모든 건 자라간다. 쑥쑥.
말하지 않아도 손톱은 자라나고
생각지 않아도 머리칼은 자라나고
보이지 않아도 그리움은 자라나고
뭐 다 그런 거 아니겠나요.
그리고 가족이랑 싸울 때는
사랑이 기반되어야 한다는 거
그건 좀 다행이다.
덧글
그게 쭉 이어져서 학내의(적어도 과내라도) 권위적 질서를 아예 없애버렸으면 좋았으련만, 딱히 그렇진 않았죠. "난 후배들한테 안 저럴 거다"했던 동기들이 후배들 들어오니까 "그때 선배들 마음을 알겠다"며 크게 다르지 않게 행동하던 걸 보면, 참...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임. 그래도 전 학번 선배들 보단 동기들 행동이 더 나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역시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써놓고 보니, 뭔가 하려고 하긴 했었지만(그리고 그건 분명 좋은 행동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계속 닥치고 살았던 게 맞네요. 특히나 잘못되었다 생각하면서도, 동기들 맘 상할까봐 동기가 후배 깔 때에 자리나 떠버리고 했던 내가 제일 닥치고 살았던 인간인 듯 -_-
머리 규제는 참 희안하게도, 선생님들이 오히려 풀어주려고 하는 편이었고(머리 규제가 선배가 후배를 규제하는 한 방법이었던 만큼, 선생님들 눈엔 선후배간 학교폭력의 근원O_O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고)... 학생들 스스로의 움직임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선생님들의 압력에 의해 두발 규칙이 좀 완화되었던 것 같고...
학교 소식에 밝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몇년 뒤에 한 하급생 학부모가 자녀가 과내 동아리 선배들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알리는 바람에, 과내 동아리가 학교에 의해 폐쇄된 적이 있었죠(지금은 또 여러개 생긴 듯). 일반화 할 순 없겠지만, 몇몇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선후배간의 권위주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했다기 보단, 일시적인 반감만 샀단 느낌이었습니다. 자유를 요구하는 아래로부터의 움직임이 아닌 이상, 그리고 그런 움직임들을 통해 스스로들이 의식을 깨우치지 않는 이상, 위에서 무작정 규제하고 벌주고 하는 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고 깨달은 한 예... 어라? 내가 왜 이런 얘길 적고 있지? - 이상, 글 쓴이와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한 학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