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log.marxism.or.kr/22 내가 써 온 거 그대로 퍼와도 안 부끄럽다고 진짜야.....
소시가 돌아왔다. 사실 저번에도 나름대로의 노리는 바는 분명했지만, 이번에는 좀 더 색깔이 확연해졌다.

다리
제복
섹시
물론 이 쇠털 같은 허구한 날을 미친 계집아이마냥 소녀시대 다리만 넋 놓고 보면서 보내고 있는 입장에선 나도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 또 헤벌리고 라이브 무대 보고 있는데, 동생이 꿍얼댔다.
“다리에 주사바늘자국이 수백 개란 소문이 있어”
“니는 해주면 싫나?”
“아니 감사하지… 튜닝도 알아서 해주고 얘넨 진짜 부럽지 않냐…”
ㅋㅋㅋㅋㅋ대면서 그양 넘어가려고 했는데 고개 돌리고 다시 모니터로 눈길 주자마자 식겁. 아니 잠깐만? 방금 전의 대화는 뭔가 초큼 문제가 있는 거 같지 않나, 여성동지. 고개를 돌려보니 이미 밖으로 나가서 과자를 쳐묵쳐묵하고 있더라. 물론 쳐묵쳐묵과 동시에 ‘아 나는 왜 이러고 사는 걸까’ 라는 자괴감이 동생한테는 함께 몰려오고 있을 터였다. 늘 그렇듯이.
사실 뭐 소시가 제복에 쫙 뻗은 알다리 드러내고 나오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우리 삶에 저런 이미지들이 어디 한두 번 있었나. 삶에서 가장 가까운 매체인 텔레비전과 컴퓨터만 켜도 굳이 세는 게 의미가 없이 쏟아져 나온다. 섹시하고 아름다운 여성. 미를 추구하는 건 인간의 본성인데, 섹시하게 보이고 싶은 건 당연한 거 아닌가효. 가슴을 모아주는 브래지어. 허리를 잘록하게 보이게 해 주는 콜셋. 클리비지 룩이 유행이라던데.
사실 단지 이것만 갖고는 안 된다. 섹시함이라는 건 그냥 예쁜 옷 입고 좀 헐벗는다고 되는 거 아니다. 화장, 옷, 생활환경, 오락유형, 차까지 세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트랜스포머에서 메간 폭스 언니(라고 쓰고 네이버 검색해 보니까 언니 아니었다 제기랄)가 엔진 확인한다고 보닛 확 열었을 때 카메라가 아래에서부터 허리를 어떤 방식으로 쓸어 올렸는지를 상기시켜보자. 그냥 옷 문제가 아니다, 이건.
지금껏 여성들은 너무 많은 성억압의 굴레 속에 놓여있지 않았나. 정숙해보여야 하고, 성적인 욕구들에 대해서 코멘트하면 안 되고. 그런 잣대들에 대해서 보봐르가 지적한지 어언 60년이 지났다. 케이블 TV를 틀면 섹스 앤 더 시티가 나와서 캐리가 화려한 옷을 섹시하게 차려입고 남자랑 부딪힌 다음 콘돔을 떨어뜨린다. 우왕…… 여성은 더 이상 수동적으로 앉아서 서방님이 저랑 하고 싶으시면 불을 꺼드리져…… 하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우리도 욕구를 가진 인간이라고! 드디어 인정받고 있어! 우리는 자율적 의지를 가지고 섹시해질 수 있는 개인들이다! 짱이지!
근데 그렇기 때문에 내 동생은 과자 먹으면서 혼자 자학한다.
고등학교 때 우리 반에는 방학을 틈타서 쌍커풀수술한 애들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인 듯하다. 우리 엄마는 각진 내 턱에 주사 놔 주겠단다. 내 친구는 자기 의지랑 별로 상관없이 집안의 원조 하에 약 먹고 다이어트를 했고, 좌우지당간에 어쨌든 텔레비전이 저렇게 잘 돌아가는데 외모는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적’으로. 그러니까 졸업사진 찍고 나면 토토로 어떻게 수정해주면 좋겠는지 리플 달라고 친절하게 사진사 아저씨도 가르쳐주는 거 아니겠는가.
아무튼 그래서 내 동생은 매일 엄마한테 턱 깎아달라고 조른다. 어제는 영구제모도 하러 갔다. 내 동생에게는 섹시하게 보일 자유가 존재한다. 그게 당연한 거다. 텔레비전을 보라고.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가 빅이랑 부딪혔으니까 콘돔을 주워주면서 빅이 웃은 거지, 캐리 몸매에서 몸무게가 3배쯤 불었다고 가정했을 때, 빅이 콘돔을 주워주기나 했을까? 텔레비전을 보면 답이 명확하게 나온다. 수많은 살 빼는 프로그램들을 보자. 우리는 이 따위로 살면 안 될 거다. 과자가 지금 입으로 들어가니?
그러므로 우리들은 공급되는 이미지 속에서 끊임없이 선택해야 한다. 소녀시대가 제복 입고 늘씬한 다리를 뽐내고 나오면 “주사바늘자국이 몇백 개는 될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근데 주사 좀 맞으면 어때, 돈 있으면 맞는 거지” 라고 생각하고, 돈이 있으면 마리*랑스에 간다. 돈이 없으면 만들어서 *리프랑스에 간다. 물론 돈이 처음부터 있었던 쪽이 더 유리하다.
나는 주체적이다. 주체적으로 내 미의식이 충실하게 아이돌을 소비하고, 미적 기준을 정립한다. 나는 주체적이다. 주체적으로 정립된 미적 기준을 토대로 오밤중에 뭐 먹고 싶어지면 눈물을 흩뿌리며 미친냔이라고 스스로를 공격한다. 나는 주체적이다. 주체적으로 섹시하게 보이기를 원하고, 차라리 그 옷 살돈을 천원짜리들로 바꿔서 가리는 게 더 많이 가릴 수 있을 법한 헐벗은 옷들을 사댄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서 주체적으로 대상화된다. 내 동생은 주체적으로 수술대 위에 올라가기를 원하고, 내 친구들은 실제로 그랬다. 주체적으로 인터넷에서 화장하는 방법을 검색하고, 주체적으로 거식증에 걸리기를 소망한다.
근데 뭐. 내가 뭐가 나빠. 뭐가 나쁘냐고!

분명히 잘못된 거 같긴 하지만, 난 잘못하지 않았다. 난 그저, 행복하게 살고 싶었을 뿐이다. 조금 더, 지금보다 조금 더 많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려고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딱 그 정도였다. 그런데 “튜닝도 해 주고 좋지 뭐” 라는 말을 듣고 아무 생각없이 실실 웃고 있는 기상천외한 상황에 놓이게 된 거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내 동생도, 나도, 우리 모두가, 그냥 행복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 건데, 대체 왜.
대체 왜, 누가 문제였단 말인가.
성억압에서 자유로워졌으며, 섹시함에 대해서 우리가 논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우리가 논하고 있었던 건 ‘자유로운 성’이 아니었다. 언젠가 휴대폰으로 제공되는 인터넷 기사를 편집하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성해방된 사회답게, 많은 서비스는 여성의 섹시하고 아름다운 신체를 예찬하게 만드는 사진들이었다. 성해방된 사회답게, 나는 다른 사람들이 클릭을 많이 할 제목을 만들기 위해서 고심했다. 터질 거 같은 가슴? 아무것도 안 입은 거 같아? 와이셔츠만 입고 운운?
그래서 말인데― 주사바늘 몇백 개가 들어가야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몸매에 우리 몸을 집어넣으려고 우리가 노력할 때, 누가 이득을 볼까. 적어도 나는 아닌데. 그렇다고 소비되는 다른 여성들이 보는가 하면 그것도 아닌 거 같고. 남성들은 여기에서 자유로운가 하면 그건 더더욱 아닌 거 같다. (일단 나는 민호의 해맑은 미소도 섹시함으로 소비하고 있고요) 누가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었던가.
그렇기 때문에 맑시즘에서 “‘섹시’열풍― 성해방인가? 성차별의 또 다른 얼굴인가?” 라는 주제로 정진희 활동가가 발제하는 토론주제를 봤을 때, 굉장히 흥미로웠다. 가능하면 동생 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서 우리에게 자율적으로 주어지는 섹시함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내 주변의 많은 여성들과 함께 들어보고 싶다. 우리가 이 손 안 닿는 ‘자유’ 앞에서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 패션&뷰티로 보내야 하나 방송&연예로 보내야 하나 고민하다가 '이슈'적 주제라 뉴스비평으로 보내여…… 밸리 분류에 대해 좀 더 좋은 의견이 있으신 분 리플 부탁 굾굾 ㅠ.ㅠ





덧글
2009/07/10 15:39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글 똑 같이 복사해서 하나는 패션 밸리로 올리심은?
2009/07/10 17:52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여기에 대해서 여러가지로 분석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물론 그 결론이 내려지는 방향도 엄청 다양하겠지만요. 어떤 여성들은 그 '반골'적 기질 때문에 그렇게 사시는 거 같기도 한데, 실질적으로 여성으로 태어나서 살기엔 그런 게 많이 힘들어요. 그러기엔, 정말 많은 제약이 있죠.
언제나 욕망 앞에 무능한 당위.
결국 인간은 개인적 잣대에 의해서든 사회적 잣대에 의해서는 미/추를 구분하고, 그 중 아름다운 쪽에 더 호감을 가지는 생물이니까요.... 꼭 인간관계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것에 대해서 말이죠. ;;;
예컨데 전 르네상스 시대 미술에 나오는 것 같은 풍만한 여성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입니다만,
현대 사회의 기준으로 보자면 아무래도 '다수파'에 들어가는건 아니죠. ^^;;;
참고로 저는 남자.
좋으면 좋은거고 나쁘면 나쁜건데 말입니다...
진정한 자유는 역기능은 물론하고 순기능마저 떨쳐버릴 때 찾아오지 않을까요? 더이상 성에 신경쓰지 않게 될때요. 섹시할 필요도 날씬해보일 필요도 없는데도 성으로써 성립되는 수준 말입니다.
안되면 그만이고여 ㅋ
본능이라곤 해도 인간이 본능에만 충실한 것도 아니고, 실상 그게 본능에 의거한다라는 근거도 어떤 실증적 증명이 된건 아니잖아요? 너무 사실관계를 그렇게 못 밖아두진 마세요. 때는 바야흐로 21세기 상전벽해한 세상 아닙니까..
시대에 따라 뭣만 뒤틀렸다하면 변합니다. 완전 변화무쌍하죠. 그래서 가끔은 좀 어이없기도 합니다.
기술과 과학의 발전 덕에 이 세상의 미는 더 다양하고 자유로워지기보다 어떠한 하나의 아이콘에 의해
통합되어가는 것과 동시에 그들의 얼굴과 몸은 아직도 안전제일 안내판과 현수막으로 가려진체 공사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꽃은 금방 시드니까요...
혹은 같은 여자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려고라는 얘기
수긍은 하면서도 도대체 왜? 여자들에게도 '미니스커트'가 미의 표상이 되었는지
가끔은 갸우뚱하곤 합니다.
좋은 글이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_<
길가다 보면 무슨 연예인들처럼 머리하고 옷입고 다니는 고등학생들 보이는데, 남자 입장에서 전혀 이쁘지도 않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고등학생이라면 아직 어려서 육체적으로 성숙하지 않은건데, 그걸 자신이 성적 매력이 부족한거라고 생각하면 안됨. 연예인은 희귀종이지 평균이 아닙니다.
평범한 분들도 대부분 20대 중반정도 되면 다 이뻐지시는거 같습니다. 물론 아닌 분들도 있겠지만....
섹시한 여자 연예인들이 너무 많은게 현실이니 여성분들이 압박을 많이 받으시는거 같은데요... 실제로 "TV에 나오는 섹시한 여자 연예인 정도가 아니라면 아무리 다른게 좋아도 관심없다" 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있긴 있겠지만, 그런남자들은 현실감각이 엄청 없거나 놀기만 좋아하는 남자일 확률이 큽니다. 대부분은 그렇게 눈이 높지 않습니다. 연예인은 연예인일뿐 현실이 아니라는걸 웬만하면 다 알죠...
예전부터 내려온 미인에 대한 인식만 봐도 미인=부자 였습니다 -_-;
근데 정말 주사 맞으면 저렇게 될까요?
소녀시대는 모르겠고 류지혜 검색해보세염.
류지혜 하악하악..
이 아니고 사회의 시각과 자기시각과
또 실제 여성을 볼때 느끼는 느낌을 잘 구분 못하는
사람들 많다는거만 알려드리고 떠납니당
2009/07/11 01:1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사진이 참 무시무시하네요;
미를 추구함에 있어서, 단편적인 기준에만 집착하고 얽메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 무섭습니다.
그것도 무의식적으로 말이죠.
전 요즘 연예인들 얼굴 구분하기가 참 힘들더군요..
ㅜㅜ저도 살로 괴로워하는 여인내거든요. 휴
뭐 살쪄도 자신있게 잘 입고 다니는 분들도 많던데 그것도 나름 방법일 수 있을것같아요.
살이 쪘다고 자신없이 너덜너덜하게 입고 다니는 것보다 살이 쪘어도 자신있게 입고싶은걸 입고다니는 모습이
더 보기좋잖아요. ㅎㅎ 그리고 정말 요즘 여자들 왜이리 말랐나요 ㅜㅜ 걸어다니기 민망할정도로...
안빼도 될것같은 애들이 다이어트한다고... 다이어트는 살쪄서 건강에 무리올때만 하란말이야(...)
흠 어찌되었던... 섹시의 고정관념은 바뀌기 힘들어보이긴 하네요. 너무 오래 박힌듯한...느낌..
블로그 대문 그림이 저랑 같은 작가라서 뭔가 더욱 소울이 통한 기분입네다.^--^
잇힝~
개인적으로 패션 밸리로 보냈으면 아주 재밌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구먼요.
좋죠. 이 글이랑도 연관이 있을 수 있을 거 같네요 :)
근데 저는 이번 소시 컨셉을 보면서 약간 다른 생각을 했어요.
저 노래 가사와 안무, 다리를 다 드러낸 제복이라는 컨셉이 너무너무너무 노골적으로 저 소녀들을 상품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편해졌거든요. '자, 소원을 말해봐. 돈을 내고 나를(나의 상품을) 사면 네 소원을 다 이뤄줄게.' 라고 말하는 달콤한 악마의 유혹이랄까 ㅎㅎ 노래만 들을 때는 몰랐는데 뮤직비디오를 같이 보니까 너무 절묘해서 그 뒤로는 노래를 듣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더라구요. 저런 걸 보면서 불편해하기보다는 오히려 따라하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훨씬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하면 씁쓸하기도 하고.. 여성 스스로 스스로를 억압의 틀에 가두고 있다는 느낌... ㅠㅠ 여성의 상품화와 억압이라는 면에서 통하는 점이 있는 것 같아 댓글 남겨봅니다.
하지만 남자 입장에서는.. "섹시함"이란 사회적 고정관념 이전에 그냥 딱 눈에 들어왔을 때 느끼는 그 기분이란게 있습니다. 종족 보전 본능에 의한 욕망이랄까. 물론 지나친 다이어트 열풍은 정말 경계해야 될 대상이지요. 저도 지나치게 비쩍 마른 여성들을 보면 좀 안쓰럽더라구요.
미모와 섹시함은 태고적부터 여자의 자산이었습니다.
미적 기준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고대 그리스의 조각에 가까운 몸매에 열광합니다.
지금 비쩍 마르고 잘빠진 다리 44 사이즈 허리등은 오히려 서양에선 언제나 환영받는 이미지는 아니라고 압니다만...
그런 이미지에 과도하게 목매는 것은 우리나라 뿐이겠죠...
사회 전반적으로 획일화된 이미지를 거부하고 개성있는 스타일에 대한 연구나 색다른 시각을 다루는 프로그램등이 늘어나야만 하는데... 당장 눈 앞의 돈들만 쫓아가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
문득 드는 생각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티비에 너무 지대한 영향을 받고 살아요...
바보상자가 만든 이미지에 다들 바보가 되어가는... 씁쓸하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