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를 추억하면서 귀에 축복을 내리사





 사실은 적응이 안 되었는데. 아니 TK가 사기죄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물론 눈으로 읽으니까 머리로 알고는 있지만서도 그 TK가, 사기죄로 딸려들어간 TK가 내가 아는 그 TK라는 확신이 없었다. 그제 버스를 타고 구로디지털단지 역쪽으로 가면서 늘 그렇듯이 헤드폰을 얹고 있었는데.

 노래가 들리더라. anytime smokin' cigarette. 탁, 하고 담뱃불 붙이는 소리 때문에 들을 때마다 괜히 담배 땡기게 하는 그 곡.

 I don't want GOAL
 I don't know SOUL
 I don't know ROLL
 落ちてる石でいいよ
 떨어지는 돌이라도 괜찮아

 아무로 나미에의 노래보다도 카하라 토모미의 노래보다도, 제일 좋아했던 건 글로브였다. 아주 오래도록 나이를 먹은 것 같은, 아주 조금밖에 살지 못한 것 같은, 쓸쓸한 엔돌핀이 막 튀어나오는 것 같은 글로브. 이 스무살 정서. 글로브가 아닌 TK의 다른 곡들 중에서 가장 TK 다웠던 곡은 아무로 나미에의 Sweet 19 Blues라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왈칵 서러워졌다.

 최진실 씨가 자살했을 때 여기저기에서 보였던 포스팅을 생각한다. 자기가 기억하던 최진실 씨에 대한 얘기들. CF에서 정말 예뻤는데. 남부군에서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역시 예술이라는 건 삶의 한 부분을 안고 가는 거구나 생각했었는데.

 anytime smokin' cigarette을 들으면서 괜히 담배를 빼물던 기억, Sweet 19 Blues를 들으면서 가슴벅차던 기억, Feel like dance에 깔리던 파란 하늘, 교복입고 언덕을 올라가던 길에 Faces Places를 들으면서 겨울 냄새 난다고 생각했던 기억, 노래방에서 항상 케이코는 괴물이라고 목 아파하면서 중얼거리던 기억, 온갖 기억들이 좌르륵 덮쳐오면서

 아 그래서들 그랬었구나

 아직까지 삶의 한 토막이 덜컥 잘려나간 거 같은 기분이다. 케이코랑 TK가 결혼했을 때, 아 뭐야 나도 기회가 있을 줄 알았는데. 케이코랑 결혼하면 영영 이혼 안 할 거 같단 말야. 어쩌고 저쩌고 투덜거리면서 김치볶음밥을 먹다가 양파가 뜨거운 팔에 튀었다. 그 때 다친 상처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별 생각이 다 나네.

 그 돈 다 어쩌고.
 TK가 굉장한 새 노래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잘 안 들지만(지금까지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우니까) 내 눈에 안 보이거나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짜로. 케이코는 괜찮으려나, 지금.




 글로브의 노래들을 다 포함해도 정말 명곡이라고 생각하는 Feel Like Dance 라이브 버전. TK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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