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6일 - 아사쿠사 스미다가와 불꽃놀이 도쿄 여행기

 


 아사쿠사 역에 돌아오자마자 이미 행렬은 시작되어 있었다. 대체 이 작은 거리 어디에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있었떤 거냐! 아니 도쿄의 모든 인간이 오늘은 여기로 다 모인 거야? 도저히 저 사람들 사이에 낄 엄두가 안 나서 버스 탔다.


 


 6시 전에 역에 도착해서 천만 다행.

 수많은 사람들이 일렬로 지나가고 있는데다가─


 유 카 타

 어딜 봐도 유카타!

 많던 유카타 사진을 다 올릴 수도 없고 해서, 예쁘게 잘 나온 걸로 좀 정리했다.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유카타가 여러가지 모양으로. 오비를 매는 것도 종류 별로 다양하고, 머리 장식, 오비 장식도 정말 다양하다. 나도 유카타를 더 사고 싶어질 정도. 두근두근.




 축제답게 여기저기 노점들이 많이 보였다. 그 동안 꿈꿔왔던(!) 사과사탕이라든가 타코야끼를 축제에서 실컷 먹을 수 있게 되는구나, 에헤야♬



 일단 사탕부터.
 또 먹고 나서 찍었다.
 사진 찍는 걸 자꾸 식욕 앞에서 까먹음.


 사탕을 빨다가 맛있어보이는 빙수 노점을 발견. 힐끔거리는 걸 보고는 아저씨가 "하나 사가~" 라고 호객하셨다. 그 그러나 입에 사탕 물고 있는데! "이거 다 먹구요...."


 커다란 야구장이 불꽃놀이 행사장이었다. 물론, 불꽃은 다른 곳에서 쏘아올리고 있었지만은.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서 술마시고 노래하는 분위기인 그룹도 있었고, 대학교 선후배끼리 모여서 놀고 있는 분위기도 있었다. 정말 이건 게임인가! 애니인가! 어딘지 익숙한 광경이…


 웬 남자애들끼리 모여서 양주랑 맥주를 가져다놓고 시끌시끌한가 했더니, 곧 유카타 차림의 여자애 세 명이 합류했다. OO쨩 유카타 어울리네로 한참 또 시끄럽더니 한국 대학생이랑 별로 다를 것 없이 바로 게임 시작. 게임의 룰은 잘 모르겠지만, 술 마시라고 강요하는 노래를 부르는 건 별로 다를 거 없더라.


 결국 양주를 원샷하는 유카타 온니.
 그냥 옆에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 여긴 일본이구나 ㅠㅠ"


 곧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그럼, 잠깐 사진 감상하시져. 제 병신 샷이지만.













 하늘이 가득히, 정말 불로된 꽃으로 반짝거렸다. 여기저기서 "키레이!" 라는 감탄이 쏟아지고, 큰 불꽃이 터질 때마다 환호성으로 야구장이 꽉 찼다. 정말 예뻤는데, 역시 사진은 잘 표현을 못하는구나 ㅠ_ㅠ


 그 그러나


 그러나


 이 정도까지 배가 고파질 줄이야. 아까 사탕도 먹었는데. 결국 견디지 못하고 빠져나왔다. 옆에서 야키소바 먹고 있어 ㅠㅠ

 조금 야구장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수많은 노점들이 다시 반겼다. 아, 냄새. 일단 동경해왔던 타코야끼를 먹어보기로 했다.


 한국 타코야끼 가게들은 좀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문어 진짜 짱 커 ㅠ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타코야끼를 우적우적 먹기 시작했다. 아, 문어…… 근데 누군가 날 보고 있는 거 같은 기분이. 왼쪽에서 집요할 정도의 시선이 느껴진다. 아, 시부야와 이케부쿠로에서 난파에 단련된 나는, 이제 쉽게 거절할 수 있을 거 가타! 훗, 내 유카타 차림이 예뻐쩌?

 수줍게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더니

 

 

 

 

 

 

 

 

 

 

 

 

 

 

 

 


 헐 입에서 침이 거품이 되어서 떨어지고 있어

 그 그렇게 먹고 싶었니


 완전히 타코야끼 쪽으로 눈이 안 떨어지는 게 안쓰러워서 하나 줄까 하고 하나 집는 순간, 주인이 나타났다. 개 머리를 탁 치면서 나한테 사과하고 데리고 갔다. -_-; 미 미안 난 주고 싶었는데


 타코야끼를 다 먹고 나서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다가 서서 먹는 야끼소바 집이 있길래, 또 와구와구 먹었다. 이번에는 사진찍는 것도 까먹었음. 불꽃놀이가 끝나갈 때쯤, 아까 그 빙수노점에 들렀다.


 빙수 위에 아저씨가 시럽을 뿌려 주는 거였는데,
 딸기시럽이랑 블루하와이시럽 사이에서 고뇌하고 있으니 아저씨가 한 마디.

 - 서비스로 죄다 뿌려먹게 해 줄게. 먹고 싶은만큼.


 그래서 아예 시럽 통을 건네 받아 닥치는대로 뿌려서 왔다. 랄랄. 빙수를 다 먹어갈 때쯤 호텔에 도착했다. 뭐, 시간은 8시. 별로 할 일도 없고- 역 근처에서 돌아올 때 늘 신경 쓰였던 재즈바나 한 번 가볼까.




 싶어서 옷을 다시 갈아입었다.

 재즈바 soul train. 호텔에 돌아오면서 볼 때는 굉장히 조용할 줄 알았는데, 역시 축제날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무엇보다 바에 "저는 마스터입니다" 라고 얼굴에 써 있는 거 같은 마스터가 있어!!!




 바의 스탠드. 디자인이 예뻐서 찍어봤다.



 밤풍경도 은은했고.

 마르가리타를 시켰다. 마스터한테 세븐스타 하나를 달라고 주문해서, 담배를 샀다. 따뜻한 물수건을 건네주는 마스터.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지구. 옆에선 웬 아가씨 두명이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고, 뒤에는 테이블에 축제를 마치고 온 거 같은 사람들이 시끌시끌 떠들고 있다. 계속해서 재즈 선율이 나른하게 흐르고 있었고.

 홀짝 홀짝 마르가리타를 마시면서 마스터랑 몇 마디 주고받던 중에, 옆에 있던 아가씨 두 명 중에 한 명이 자리를 떴다. 기분이 편안하면서도 약간 나른했던 참이라 별 생각없이 유쾌하게 말을 걸었다.


 미 미안 나오미상 블로그에서 퍼와쩌요

 까무잡잡한 미인. 화장은 거의 안한 거 같은데도 눈도 코도 또렷한 미인이다 싶어서, 실은 들어올 때부터 흘끔거렸다. (-_-)


 여행 한 얘기를 이것저것 하고 있자니, 둘 다 엄청 들떠서 갑자기 급친근감. 나오미상은 11시 30분에는 이 바에서 나와야 집에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는데 11시 45분에 나와버렸다. 아하하하, 차도 끊겼고.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어서 역까지 갔다가 끊겼다는 사실을 알고, 둘이 괜히 한 밤중에 신사에 가서 쓸데없이 밤중 신사탐험만 했다.


 결국 내 호텔 방에 가서 둘이 같이 잤다. 난 한국에서 싸 간 잠옷 입고, 나오미씨는 호텔에서 주는 네마키 입고.


 멕시코계 이탈리아 혼혈이라는 27세 나오미상. 듣고보니 까무잡잡하고 또렷한 미인이었던 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도쿄에는 혼혈이 많으니까, 도쿄 사람들은 한 번 보고 혼혈이라고 알아챌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멕시코에 있던 수많은 친구들을 두고, 멕시코에서 5년간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난데없이 일본으로 와서 일어 공부를 시작했다는데. 일본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싶은 꿈은 있지만, 자꾸 멕시코에서 있었던 날들이 떠올라서 많이 외롭다던 나오미씨.


 "국경과 민족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나나, 라디오헤드, 멕시코, 한국, 정치, 술, 파티, 가족, 온갖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잠이 든 건 새벽 네시쯤이었다. 시 실은 그 사이에 조용한 아사쿠사 거리에 몇 번 민폐도 끼쳤지만(-_-)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내 방 창문을 열었는데, 창문을 열고 보니 풍경이 펼쳐지는 게 아니라, 맞은 편 건물 벽이 펼쳐졌다. 헐.


 "일본은 너무 좁단 말이야!!!!!!!!!!!!!!!!!!"


 라고 나오미상이 거리에 외치는 바람에,


 "불평해서 죄송합니다!!!!!!!!!!!!!!!!"


 라고 거리에 외쳐버렸다 큐큐큐큐큐큐큐큐큐큐 하지만 멕시코에서 살다 오면 일본은 좁고도 좁겠지 큐큐큐큐큐큐큐ㅠ큐큐큐큐큐큨 난 일본에 와서 호텔에 들어와서 잠이 들 때마다 오죽이나 외로웠던지. 간만에 외롭지 않은 밤이라, 고마웠다고 나는 아침에 얘기했고, 나오미씨도 마찬가지였단다.


 나오미씨 할머니는 노발대발하고 계셨고, 아침에 같이 라멘 한 그릇씩 먹고(<- ) 헤어졌다. 내 세븐 스타는 반갑 넘게 비어버렸지만, 마음은 왠지 따뜻하고도 훈훈하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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