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07 01:23

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 독서의 계절


 고마운 밀리언셀러클럽에서 이 책을 하사하셨을 때 나는 시험기간이었다. 시험은 망쳤지만 뭐 어쨌든.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한 건 방학이 되고 나서였다. "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 뭐 그렇다. 환영받는 여탐정 그렇게 많이 못 봤다. 기껏해야 제인 마플이랑 바이올렛 스트레인지 정도.

 둘 중에선 바이올렛 스트레인지를 조금 더 선호한다.

 사실 이 두 가지는 "여탐정"의 유형 뿐만 아니라 그냥 "탐정"의 유형이라고도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움직이는 탐정, 가만히 앉아서 회색 뇌세포-_-만 움직이는 탐정. 뭐 회색 뇌세포만 움직이는 탐정도 나름대로 간지긴 하다. 그치만 그래도 결국 사건의 진실을 이야기 해주는 건 "사건 그 자체"가 아니겠느냔 말이지. ……나는 모 형사가 아니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렇게 쫓아다니는 게 보는 사람으로서는 더 흥분이 된단 말이다.

 이 소설의 코딜리아는 발로 뛰고 움직이는 탐정이다.

 시작부터 같이 움직여줄 사람마저 죽는다. 나는 사실 초반에는 달글리시 총경의 억울한 죽음을 해명하는 데에 이 소설의 중점이 맞춰질 줄로만 알았지. 하지만 달글리시 총경은 그냥 의심의 여지 없는 좋은 자살(?)이었다. 사실 이 점도 나름대로 이 소설의 페미니즘적 요소를 확인시켜주는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여성'에 대해 흔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 중에 하나는 '사적이라는' 거다.

 사적인 원한, 사적인 이해, 사적인 감정, 사적인 것들에 대한 욕망으로 움직인다는 거. 그런 것들에 좀 더 깊이 천착한다는 거. 코딜리아는 보수를 받고 그 보수에 의해서 직업정신을 가지고 움직인다. 맑스주의자인 혁명적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계속해서 바뀌는 어머니를 가지고 있었다고 설정되어있는만큼, 보수적인 도덕관념과 자유로운 사고방식, 그리고 명확한 직업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딜리아는 '여자'다. 아버지의 혁명가 동료들과 무슨 토론을 어떻게 했든간에 성(性)이 바뀌진 않는다. (이쯤에서 잠깐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엘리노어 마르크스) 코딜리아가 여자라는 점은 결국 코딜리아를 자꾸 가둔다. 코딜리아가 받는 오해들을 하나하나 다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거 같으니까 그건 좀 자제하고. 대부분은 저 위에서 말한 맥락이다. "사적이고, 편협하고, 넓게 보지 못하는 여성의 시각"에 대한 오해.

 결국 그게 코딜리아가 사건에 연관되게 만든 맥락이라는 것도 상당히 매력적이라면 매력적이겠다. (← 이 정도면 스포일러 아니겠지요? ㅠ_-)

 많은 추리소설이 택하고 있는 방식의 범인과 사건진행 방식이다. 그러니까 그렇게 신선하고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이 소설은 "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고 이야기 한다. 이 소설이 많은 추리소설이 가지는 방식을 택하면서도 그 매력을 충분히 살려내고 이야기를 새롭게 만드는 건 인물의 힘이다.

 코딜리아는 매력적이다. 달글리시 총경에 대한 애정과 우정을 잊지 않는다. 뭐,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의리'이기도 할 거다. 거기에다가 남다른 출생과 남다른 성장환경을 가지고 있다. 어른스럽고 아름답다. 무엇보다도 여성스러우면서 여성스럽지 않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코딜리아가 가지고 있는 힘은 "여성으로서의 힘"이다.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같은 걸 제하고서라도.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소설적 특징'으로만 봐도 말이다. 추리소설을 이끌어나가는데 적합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는 여성으로서의 문체, 여성으로서의 목소리가 이렇게도 속도감있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는 것만 봐도

 아마 새로운 사건을 맡는 코딜리아의 모습은 강했을 거다.






  하지만 페미니즘 소설이 아니라그여! 추리소설이라그여! ;;;;;;;;;;;








 +) 덧.
 코딜리아는 미인이란 무릇 강인한 법이라고,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남겠느냐고, 이사벨의 신경줄은 코딜리아 자신에 비하면 회복이 빠른 편이라고 혼잣속으로 생각했다.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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