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 아이야, 가라 독서의 계절



 처음에 난 켄지가 일본인인 줄로만 알았지. -_-) 아무튼, 「가라, 아이야, 가라」를 읽었다. 패트릭 켄지랑 앤지 제나로. 저런 콤비가 나오면 난 여자 캐릭터한테 금방 마음을 빼앗기곤 한다. 동경에 근접한 동질감이 제일 크게 작용하는 거 같기는 한데. (대표적으로 황용?;;;; ) 이 시리즈에서는 역시 저 "패트릭 켄지"라는 캐릭터가 참말 죠타. (패트릭이랑 앤지라는 이름만으로 추정하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 → 패트릭이 남자, 앤지가 여자입니다)

 패트릭은 별로 안 착하다. 아니 어느 쪽이냐하면 보통 정도로 못됐다. 보통 정도로 비열하고 보통 정도로 상처받는다. 누구나 그렇듯이 자기 연인을 사랑하고 아끼며 무서운 범죄 앞에서 상처받고 고민한다. 그러면서도 패트릭이 '탐정'으로 존재할 수 있는 건, 그 쉽게 다치는 보통의 성격 속에 있는 조금 보통 이상인 끈기와 관찰력일 거다. 패트릭이 보통 사람이기 때문에, 패트릭이 이야기하는 이 사건은 많이 아프다.

 얼마 전에 통화하다가 들은 건데, 역시 도시는 "사람들"이 주다. 건물도 있고 장소도 있고 시간도 있지만 도시에서 중요한 건 역시 사람들이다.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 속에 있는 사람들은 그다지 과장되진 않았다. 물론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무서운 사건들이 일어나고 말 그대로 하드보일드─욕조 속에서 심장을 뜯긴 남자애 시체가 발견될 정도로─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과장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냥 그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다. 약간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보통 사람들이 보통이 아닌 사건들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설득력있다. 즐겁기도 하고. (아니, 욕조 속에서 심장을 뜯긴 남자애 시체가 즐겁다는 게 아니야.) 그 과정이 무리없이 진행되는 걸 보고 우리는 뛰어난 작가라고 하는 거겠지. 거기다가 데니스 루헤인은 액션신이 완소다. 진짜, 이건 뭐 영화를 볼 필요가 없을 거 같기도 하고. 총격전 같은 걸 이 영상적 시대에 "활자"로 풀어내면서 이 정도까지 아슬아슬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건 머…….

 마약에 매춘에 폭력에 사기에 돈놀음에. 말초적인 자극적 요소는 죄다 끌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묘한 건 그런데도 불구하고 뭔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남는다는 거다. 우오오오오오------ 하고 턱 덮기가 뭔가 좀 애매한 기분이 든다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이 심오한 고찰을 강요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다 읽고 났을 때는 상당히 마음이 갑갑했다. 속시원하게 풀어주지 않는데도 좋기는 했지만. 갑자기 요구된 가치판단의 기준이 눈 앞에서 흔들리는데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드라니. 세상은 썩어있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Gone, baby, gone이 「가라, 아이야, 가라」로 해석되는진 잘 모르겠는데. (GONE은 사라지다, 뭐 이런 거 아닌가?) 하지만 저 제목은 썩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저 명령형이 말이다.

 어쨌든 결코 데니스 루헤인은 뭐가 옳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아픈 건 그대로 내버려둔 채 속상해보라는 식이다.

 어쨌든 아이는 가지 않았고, 아니 가지 못했고, 어쩌면 가야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패트릭한테도 우리한테도 들고, 세상은 여전히 썩어있는데. 아무튼 사랑은 왜 이렇게 지구를 못 구한대니. 언제쯤 구한대니. 구할 생각은 있긴 있대니. 여러분, 켄지는 일본인이 아니에요. 낚이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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