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이 매력적인 이유 중에 가장 큰 하나는 호소력 있는 가사라고 생각한다. 개중에서도 나는 덩크슛, 붉은낙타, 내맘이안그래, 제리제리고고, 비겁한애견생활 등등을 좋아했었는데. 최근 이승환빠인 친구한테서 20주년 트리뷰트 앨범이 개쉣이란 얘길 들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웨일&조권의 덩크슛 트리뷰트는 쉣 오브 쉣이라고. 어, 그러냐. 하고 말았는데. 엠군에서 홍보하느라 이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걸 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볼 생각도 없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까말 가사가 잘 안 들린다. 가사를 한 번 읽어보자.
매일 매일 매일 놀아대도 알아서 알아서 대학 가게 해줘
매일 단 음식 먹어대도 살아 살아 빠져다오
내일 내일 내일 면접에도 알아서 알아서 합격
매일 똑같은 통장이지만 돈아 돈아 늘어다오
모두가 입장은 달라도 바라는 건 단 하나 생각대로만 되라
불행의 모양은 여러 개지만 행복의 모양은 하나 생각대로만 되라
주문을 외워보자 야발라바히기야 야발라바히기야
주문을 외워보자 야발라바히기야모하이마모하이루라
내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 알아서 알아서 내게 고백해라
책아 한 번만 훑어봐도 외워 외워 외워져라
모두가 입장은 달라도 바라는 건 단 하나 생각대로만 되라
불행의 모양은 여러 개지만 행복의 모양은 하나 생각대로만 되라
주문을 외워보자 야발라바히기야 야발라바히기야
주문을 외워보자 야발라바히기야모하이마모하이루라
……
……
……
……뭐야 이게!!!!!!!!!!!!!!!!!!!!!!!!!!!!!!!
내가 알고 있는 덩크슛은 이런 노래가 아니었단 말이다!
떨어지는 별을 보면서, 그 별이 소원을 이뤄줄 거라는 어설프지만 소년다운 희망으로, 예쁜 여자친구나 빨간 자동차 같은 수많은 소원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제일 하고 싶었던 그 한 가지가 "덩크슛 한 번 할 수 있다면, 생애 단 한번만이라도, 얼마나 짜릿한 기분을 느낄까" 하며 노래하던, 유치하지만 유치하지 않은, 감상적이지만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는, 지극히 소년답고도 황홀한, 그래서 더욱 사랑스러운,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그런 꿈이었단 말이다!
환상인지 현실인지, 그래서 덩크슛을 성공했는지 아닌지는 우린 알 수 없다. 그래서 그 "야발라바히기야모하이마모하이루라" 라는 주문은, 어릴 적 언젠가, 소년다운 꿈을 꿨던 한 시절로 돌아가게 만드는 주문이었다. 아주 오래전, 진실된 무언가가 세상에는 분명히 있다고 믿을 수 있었던 시절. 결코 크다고는 할 수 없는 -_-; 이승환은 소년의 목소리로 그 노래를 불렀다. 실제로 덩크슛을 넣었던 아니던간에, 난 이 노래를 들으면 단신 덩커가 온 힘을 다해 점프하기 위해 필요했을 수많은 도움닫기를 떠올렸다.
글쎄, 이제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더 이상 덩크슛을 하려고 소원을 비는 어린 소년이 아닐지도 모른다.
2009년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이만큼 진행된 글로벌한 세계지 않던가. 눈 앞에 당면한 건 공부할 시간도 없는 세상에서 대학에 합격하는 거, 면접에 합격하는 거, 운동할 시간도 여유도 없는 세상에서 살이 빠지는 거,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세상에서 통장 잔고가 늘어나는 거, 뭐 그런 거일지도 모른다. 예쁜 여자친구와 빨간 자동차만큼도 추상적인 꿈을 꿀 수 없는 즉물적인 세계. 아니, 속물적인 세계. 1994년에서 2009년까지, 이 사회는 그 속물성들을 차곡차곡 쌓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걸 듣고 나서, 도저히 못해먹겠다며 이승환의 원곡 덩크슛을 다시 찾아들었는데 눈물이 왈칵 나왔다.
도입부분의 사파리 소리, 유쾌한 환상, 슈퍼내추럴(!)을 상징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잘못 생각한 거 같다. 덩크슛을 꿈꾸는 소년이, 어떤 정글같은 전쟁터로 나가야 할지를 암시하는 걸까. 2009년의 소년들은 이제 덩크슛을 더 이상 꿈꾸지 않을까.
음질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지만,
이 노래만큼이나 슬램덩크도 우릴 꿈꾸게 했었죠.
그러고보면 이 청년들도 직업 농구선수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었어.
그냥, "선생님, 농구가 하고 싶어요" 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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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발라바히기야하이마모하이루라,
속물성,
2009년,
자본주의세계,
신자유주의,
쩐다